2022-08-24

Let's learn about "-게냐? vs -거니?"

See : https://www.korean.go.kr/nkview/nknews/200303/56_9.html

'어딜 간 게냐'와 '어딜 간 거냐'의 차이

by 이설아(李雪雅) / 사전편찬원

'아범은 어딜 간 게냐?'와 같은 말은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어서 이때의 '게냐'를 '거냐'로 고쳐야 한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아래의 예는 신문에서 찾은 것이다.

(1) 잠시 혼미해진 탓일 게다 <○○일보 2002. 5. 28. 화. 5면>
위의 '게다'는 의존 명사 '것'과 서술격 조사 '이-'가 결합한 말인데 이때의 '게다'는 '거다'로 고쳐야 옳다.

(2) 잠시 혼미해진 탓일 거다(←것이다)
위의 '게다'를 '거다'로 고쳐야 하는 근거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것이-'가 '게-'로 줄어드는 것은 제한된 경우에만 가능하고 많은 경우에는 줄어들지 않는다. (3)에서는 '게'가 가능해 보이지만 (4)에서는 그렇지 않다.

(3) ᄀ. 무얼 하는 게냐?(←것이냐)
ᄂ. 지금쯤 혼쭐이 나고 있을 게다(←것이다)
ᄃ. 어딜 가는 게요?(←것이요)
(4) ᄀ. 여기서 뭐 하는 게니?(←것이니)(×) 
ᄂ. 모두 함께 가는 게지요(←것이지요)(×)
ᄃ. 어디 갈 겐데?(←것인데)(×)
(3)과 (4)를 보면 '것'과 '이-'를 '게'로 줄여 쓰는 데에 제약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는 달리 '것'과 '이-'를 '거'로 줄여 쓰는 데에는 제약이 없다.

(5) ᄀ. 무얼 하는 거냐?(←것이냐)
ᄂ. 지금쯤 혼쭐이 나고 있을 거다(←것이다)
ᄃ. 어딜 가는 거요?(←것이요)
(6) ᄀ. 여기서 뭐 하는 거니?(←것이니)
ᄂ. 모두 함께 가는 거지요(←것이지요)
ᄃ. 어디 갈 건데?(←것인데)
위의 예를 보면 '게'가 성립하는 (3)과 같은 경우는 물론이고 '게'가 성립하지 않는 (4)와 같은 경우도 '거'는 자연스럽게 성립한다. 이는 '것'과 '이-'가 '게'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거'로 줄어드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것'과 '이-'가 '게'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두 번째 근거는 '게'는 '것'과 '이'가 줄어든 형태라는 사실이다. 의존 명사 '것'은 서술격 조사 '이-'가 결합할 때는 '거'로 줄어들고 주격 조사 '이'가 결합할 때는 '게'로 줄어든다.

(7) ᄀ. 이 지우개는 내 거다(←것+이-+-다) (서술격 조사 '이-')
ᄂ. 제가 할 겁니다(←것+이-+-ᄇ니다) (서술격 조사 '이-')
(8) ᄀ. 이 지우개는 내 게(←것+이) 아니다. (주격 조사 '이')
ᄂ. 모든 게(←것+이) 잘 되고 있다. (주격 조사 '이')
즉 (7)과 (8)에서 알 수 있듯이 의존 명사 '것'에 서술격 조사 '이-'가 결합할 때와 주격 조사 '이'가 결합할 때 줄어드는 형태가 다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게다, 게냐, 게야, 게요'와 같은 말이 주로 텔레비전 역사극에서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현대극보다 역사극에 이러한 표현이 많이 나오는 것은 '게다'가 '거다'보다 점잖고 무게 있는 말투로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게다'와 '거다'가 이처럼 서로 구별되는 말로 굳어진다면 '게다'를 비표준어라고 할 근거는 없어지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게다'와 '거다'를 문체적으로 차이가 있는 말로 보고 둘 다 널리 쓰자고 할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비표준어더라도 널리 쓰여서 우리말을 풍요롭게 해 준다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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