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5

번역의 탄생 -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

[북리뷰] 번역의 탄생 -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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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어 컨설턴트/번역가로서 일상적으로 한국어와 영어를 쓰며 일하고 있고, 미국인 남편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도와주고 있어서,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많은데요. 특히 작년에 EBS 다큐 프라임 "한국인과 영어"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죠. 최근에 읽은 "한국어가 바로 서는 살아 있는 번역 강의: 번역의 탄생" (이희재)은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가득 담고 있어서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기본적으로 '번역가들을 위한 한-영 번역 가이드'지만, 두 언어의 차이에 관심을 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만 해요. "번역을 하면서 나는 한국어에 눈떴다"는 저자의 말처럼, 20여 년간 두 언어를 넘나들며 살아온 저자의 두 언어에 대한 통찰력이 담겨 있거든요. 400쪽이 넘는 방대한 책이지만, 여기서는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내용들만 요약해서 알려 드릴게요.


번역의 탄생

작가

이희재

출판

교양인

발매

2009.02.10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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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영어는 명사의 비중이 높고 활동 반경도 넓은 반면, 한국어는 추상 명사나 사물이 주어 자리에 오는 걸 꺼린다 (36~37, 72~73쪽)

[번역팁] 영어→한국어: 추상 명사나 사물 주어는 이유를 나타내는 부사어로 바꿔주거나 사람 주어로 바꿔준다.

(예) His words shocked me → 그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예) Even after seventy years of metropolitan-based life, the size and incoherence of London still astonishes me → 대도시에 산 지 70년이 넘었지만, 런던의 크기와 변화무쌍한 모습에 아직도 나는 깜짝 깜짝 놀란다.

 

(예) The doctor's careful examination brought about the patient's speedy recovery.

→ 의사의 꼼꼼한 진찰은 환자의 빠른 쾌유를 가져왔다 (어색한 문장)

→ 의사가 꼼꼼히 돌봐준 덕분에 환자가 빨리 나았다 (자연스러운 문장)

 

※ 목적어 자리에 온 명사도 동사로 풀어주는 편이 읽기 편하다 (41쪽).

(예) One has to reduce the use of wood and metal to protect the environment.

→ 환경을 지키려면 목재와 금속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어려운 문장)

→ 환경을 지키려면 나무와 쇠붙이를 적게 써야 한다 (쉬운 문장)

 

② 영어는 명사를 꾸미는 형용사의 역할이 큰 반면, 한국어는 동사를 꾸미는 부사의 역할이 크다.

[번역 팁] 영어→한국어: 형용사는 부사로 번역해주면 좀더 자연스럽다 (44~47, 129~130쪽)

 

(예) A careful comparison of them will show you the difference.

→ 그것들의 자세한 비교는 차이점을 드러낼 것이다 (어색한 문장)

→ 그것들을 자세히 비교하면 차이점이 드러날 것이다 (자연스러운 문장)

(예) I searched the entire palace → 온 궁궐을 샅샅이 뒤졌다.

 

③ 영어는 동사가 정교하게 발달한 반면, 한국어는 부사가 섬세하게 발달해 있다 (113~125쪽)

[번역팁] 영어→한국어: 포괄적인 뜻을 지닌 영어 부사는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번역해준다. 

(예) completely = 완전히, 까맣게, 홀라당, 감쪽같이, 송두리째, 고스란히, 홀딱, 쫄딱, 흠뻑, 푹 등 상황에 맞게 번역.

 

한국어→영어: 의성어, 의태어 등 부사가 들어간 한국어 문장은 그 부사와 동사의 뜻을 함께 지닌 영어 동사를 찾아 번역한다.

(예) 아장아장 걷다 = toddle, 어슬렁어슬렁 걷다 = stroll, 터벅터벅 걷다 = plod 

(예) 얼굴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 Tears streamed down their faces.

 

④ 영어에서는 반드시 주어가 필요하나 (예외: 감탄문, 명령문), 한국어에서는 주어가 종종 생략된다 (69~80쪽)

[번역팁] 영어→한국어: 똑같은 주어로 이어지는 문장은 주어를 생략하고, 필요한 경우 접속 부사(예: 그래서, 그러면서, 그런데)로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⑤ 영어는 동어 반복을 피하기 위해 대명사를 선호하나, 한국어는 대명사를 꺼린다 (53~67쪽)

[번역팁] 영어→한국어: 대명사는 그것이 가리키는 대상을 지칭하는 고유 명사로 바꾸고, 불필요한 대명사는 과감히 뺀다. 

한국어→ 영어: 명사가 처음 나올 때를 제외하고 그 다음부터는 대명사 혹은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 써준다.

 

⑥ 영어에서 두 문장을 연결하려면 반드시 접속(부)사가 필요하지만, 한국어에서는 어미 활용만으로도 가능하다 (173~174, 182쪽)

(예) I laughed until I cried → 눈물이 나오도록 웃었다.

(예) He took the trouble to see me, though he was very busy.

→ 그는 굉장히 바쁨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와주었다 → 굉장히 바쁜데도 일부러 와주었다.

 

⑦ 영어와 달리 한국어는 풍부한 어미 변화를 통해 다양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171~172, 181쪽)

(예) What do you mean by dirty? → 더럽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 더럽다니?

(예) They say they have no money → 돈들이 없대.

 

⑧ 영어에서는 수동태가 발달해 있으나, 한국어는 가능한 능동태를 선호한다 (76~78, 85~95쪽)

[번역팁] 영어→한국어: 수동태는 능동태로 바꾼다.

(예) I am overwhelmed with worries → 걱정이 태산이다.

 

⑨ 영어에는 격변화(주격/목적격/소유격)가 있으나, 한국어에서는 조사(예: 주격: 이/가, 목적격: 을/를)로 나타낸다 (169~170쪽).

 

⑩ 영어에서는 듣는 사람에게 새로운 정보에는 부정관사를, 이미 아는 정보에는 정관사를 써서 표현한다면, 한국어에서는 조사를 써서 표현한다: 은/는 = 정관사 the에 해당, 이/가 = 부정관사 a/an에 해당 (189~190쪽)

(예) A farmer chained the dogs to the tree → 개들은 농부가 나무에 묶어 두었다.

      A farmer chained dogs to the threes → 농부가 개들을 나무에 묶어 두었다.

 

⑪ 영어에서는 전치사가, 한국어에서는 조사가 발달해있다 (236~239, 242쪽)

[번역팁] 영어→한국어: 전치사가 들어간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동사를 덧붙여주면 자연스럽다.

               한국어→영어: 조사와 동사로 이루어진 부분은 전치사를 붙여 번역하면 간결해진다. 

 

(예) 길 너머에 있는 집들은 우리 동네 집들보다 훨씬 크다 → The houses over the road are much bigger than ours.

(예)  What's the quickest way to the university? → 대학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 좀 가르쳐 주세요.

 

⑫ 영어에서는 단, 복수의 구분이 분명하지만, 한국어는 굳이 그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 (191~194쪽).

[번역팁]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들"을 빼거나, 혹은 명사 대신 다른 품사에 붙여주면 좀더 자연스럽다.

(예) 언제들, 왜들, 바쁘게들, 늦지들

 

번역에 관심을 갖고 계시거나 번역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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